영국판 지분형 주택금융이 한국에 필요한 이유

2025. 4. 22. 11:21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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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형 주택금융이 고공행진 중인 집값 앞에서 무기력한 청년과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다시 꾸게 만드는 중요한 제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영국의 헬프 투 바이(Help to Buy)가 단 5%의 계약금만으로 새 집을 살 수 있었던 정책으로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우리나라가 이 제도를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는 이유, 그리고 지분형 모기지가 한국에 왜 꼭 필요한지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영국판 지분형 주택금융이 한국에 필요한 이유
영국판 지분형 주택금융이 한국에 필요한 이유

헬프 투 바이 주목 배경

헬프 투 바이는 2013년, 당시 영국 보수당 재무장관이던 조지 오스본이 도입한 신개념 주택구입 지원 제도였습니다. 집값 부담 때문에 주택시장에서 소외된 젊은 층과 중산층에게 ‘5% 계약금’만으로도 주택 구입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정부는 구매자가 마련한 초기 자금에 최대 40%까지 지분 투자를 지원했고, 이로 인해 많은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이 새로운 삶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현실 같은 정책

기존의 주택담보대출은 최소 20~30% 수준의 초기 자금이 필요하지만 헬프 투 바이는 그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습니다. 예를 들어 50만 파운드(약 9억 4천만 원)의 주택을 구매할 경우 단 2만 5천 파운드(약 4,700만 원)만 있으면 구매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정부는 주택 가격의 40%까지 지분 투자(런던 외 지역은 20%)를 했고, 나머지 자금은 은행 대출로 충당할 수 있도록 구조화돼 있었죠.

 

지분 투자와 무이자 지원의 환상

이 제도의 백미는 바로 5년간 무이자 혜택입니다. 정부가 투자한 지분에 대해 5년 동안은 임대료(이자)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해 주거 안정성을 확보했습니다. 6년 차부터는 1.75%의 금리가 부과되며,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1%를 더한 비율만큼 금리가 복리로 증가합니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부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헬프 투 바이 중단 배경

하지만 좋은 정책이라고 무조건 오래 지속되는 건 아닙니다. 2020년 이후 영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 내외로 안정화되자 헬프 투 바이의 이점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무엇보다도 정부의 재정 부담과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지분 매입 부담 증가가 현실화되면서 결국 2023년을 끝으로 폐지되었습니다. 더불어 무이자 종료 후 급격하게 상승하는 지분 이자율 역시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재도입을 외치는 이유

그런데 정책이 중단되자 오히려 다시 부활시켜 달라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 이유는 영국의 집값과 금리가 동시에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5% 이상까지 치솟으며 청년층의 대출 부담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고,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금 ‘지분형 주택금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헬프 투 바이는 ‘정부 보증 기반의 대출+지분투자’ 모델이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 매우 적합한 구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 절실한 이유

한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수도권 기준으로 10억 원이 넘는 신축 아파트는 이제 중산층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이 되었고,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청년층은 점점 더 멀어지는 주거 사다리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만약 헬프 투 바이와 유사한 구조의 지분형 주택금융 제도가 도입된다면, 정부와 금융기관이 일부 리스크를 분담하며 서민의 주거 안정을 도울 수 있습니다. 자본의 장벽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국민이 내 집 마련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셈입니다.

 

제도의 한계와 보완점

물론 한계도 분명합니다. 집값이 상승할 경우 정부 지분을 비싼 값에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향후 부담이 급증할 수 있고, 이 제도가 오히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실제로 헬프 투 바이가 시행되던 초기 몇 년간은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도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대상 주택의 가격 상한선 설정, 지분 상환 방식의 유연성, 금리 조정 등 보완장치 마련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현실 기반의 실용적 대책 필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밋빛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인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실용적 대책입니다. 영국의 헬프 투 바이는 그 모델을 제시했고, 한국도 여건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및 수도권에는 30% 지분 투자, 지방 중소도시에는 20% 수준으로 차등 적용하거나, 신혼부부나 1인 가구에게는 더욱 낮은 초기 자기 자본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죠. 또한 이러한 정책은 금융권과의 협업 없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한국형 지분형 주택금융은 반드시 정부와 민간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같은 기관이 제도 설계와 운영을 주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서민들의 바램

영국판 지분형 주택금융인 헬프 투 바이는 단순한 정책이 아니었습니다. 불가능해 보였던 내 집 마련의 첫걸음을 실현시켜 준 희망의 증거였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점점 멀어지는 주택 소유의 꿈을 다시 붙잡기 위해, 이러한 지분형 모델의 진지한 도입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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